정성평가 확대도 ‘학생부 경쟁력’ 부각
[베리타스알파=조혜연 기자] 고교학점제가 본격 적용되는 2028대입에서 자사고가 상대적으로 유리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일반고가 과목 개설과 운영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고교학점제의 폐지론까지 불거진 가운데 특히 민사고 등 일부 전국자사고는 고교학점제의 롤모델로 꼽힐 만큼 선택형 교육과정의 운영 노하우가 이미 많이 쌓인 만큼 대응의 수준자체가 다르기 때문이다. 특히 2028대입은 수시와 정시를 가리지 않고 학생들의 과목 선택과 이수 현황을 반영하는 구조로 개편되고 있는 만큼 고교학점제 기반 교육과정을 조기에 정착시킨 자사고의 강점이 부각될 가능성이 크다.
올해 전면 도입된 고교학점제를 두고 고교 현장에서는 여전히 혼란이 계속되고 있지만 자사고들은 대체로 “문제없다”고 반응한다. 이전부터 선택형 교육과정을 운영하거나 혹은 다수의 심화과목을 개설해 온 만큼 고교학점제 체제 전환에 큰 부담을 느끼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민사고 하나고 외대부고 등 전국단위 자사고와 충남삼성고 등 일부 광역단위 자사고는 정부 차원에서 고교학점제가 추진되기 훨씬 전부터 선택형 교육과정을 운영해왔다. 여타 일반고들이 이제서야 고교학점제 체제로 전환하면서 시행착오를 겪어가고 있는 반면, 이들의 경우 고교학점제의 원조 롤모델인 만큼 학생 수요에 따른 과목 개설과 운영 노하우를 이미 갖춘 상태다.
고교학점제 체제의 완성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만큼 2028대입에 대한 대응 역시 한결 여유로울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대학들이 권장 과목 이수 여부, 과목 선택의 일관성, 진로 연계성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구조로 전형을 개편하고 있는 가운데 선택과목 폭이 넓고 이수 전략을 세우기 쉬운 환경이 곧 입시 경쟁력으로 직결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학종에 특화했다고 평가받을 정도로 학생부 기록 관리 체계가 잘 마련돼 있는 점도 강점을 나타낼 것으로 보인다. 상위대학에서 수시에 이어 정시에서도 학생부를 일정 부분 반영하려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단순한 성적 중심의 평가에서 벗어나 이수 과목의 질과 적합성, 학업 과정 전반을 중요하게 보는 새로운 대입 구조 속에서 자사고의 교육 체계가 자연스럽게 경쟁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된다.
고교학점제가 본격 적용되는 2028대입에서 자사고가 상대적으로 유리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베리타스알파DB
고교학점제가 본격 적용되는 2028대입에서 자사고가 상대적으로 유리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베리타스알파DB
<고교학점제 혼돈 속 롤모델 자사고 주목>
2028대입이 고교학점제를 본격 반영하는 방향으로 개편되면서, 자사고가 상대적으로 유리한 고교유형으로 부상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양한 과목 개설과 학생 중심의 교육과정 운영, 학생부 관리 노하우 등이 자사고의 강점으로 작용할 수 있는 구조다. 자사고는 이미 오래전부터 선택형 교육과정을 기반으로 고교학점제와 유사한 체제를 운영해온 학교들이 많다. 이러한 선행 경험이 쌓이면서 대입 제도 변화에 보다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여건을 갖춘 것으로 평가된다.
대표적으로 민사고 하나고 외대부고 등 주요 전국자사고는 학점제 시행 이전부터 선택형 교육과정을 운영해온 고교학점제의 롤모델이다. 민사고는 1997년부터 선도적으로 학점제를 운영해 왔다. 하나고 역시 개교 때부터 인문 자연 간 계열은 물론, 교양 체육/예술 제2외국어 등의 다양한 교육 과정을 넘나들며 자유롭게 수강할 수 있는 ‘개방형 선택형 교육과정’을 실시해왔다. 광역자사고 중에서도 충남삼성고의 경우 개교 때부터 학생선택 진로별 교육과정을 구축, 10년간 운영해오고 있다. 자신의 진로 적성과 진학희망에 따라 과목을 선택해 자신의 교육과정을 직접 만들어가는 방식이다.
새로운 과목이나 심화과목의 개설도 활발하게 이뤄진다. 한 고교 관계자는 “자사고는 교사를 채용할 때부터 심화과목 개설과 운영이 가능한지 여부를 고려한다”고 귀띔했다. 특히 민사고는 교육부에서 제시하는 고시 과목 100개 외에 AP 과목 21개를 포함한 195개 과목을 추가로 개설하고 다양한 심화 과목도 운영하고 있다. 현대청운고는 ‘무학년 심화과정’을 통해 고시되지 않은 과목이나 심화 과목도 개설해 운영하고 있다. 고급물리학 고급생명과학 등 교과심화과정은 물론 예술 체육 교양 분야에도 다수의 심화과목을 개설하고, 수강자가 단 한 명이라도 폐강 없이 수업을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광역자사고 중 배재고 역시 고급물리학 고급수학 등 심화과목을 개설하는데 수능 과목의 경우 희망자 수가 10명 이하여도 수업을 의무 개설한다는 방침을 두고 있다.
과목 개설 수 역시 평균적으로 일반고에 비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종로학원이 전국 41개 고교를 대상으로 올해 입학생 기준 교과편제표를 분석한 결과 전국자사고 6개교는 평균 105.3개, 지방 소규모 일반고 5개교는 평균 75.6개 과목이 개설됐다. 가장 많은 과목이 개설된 곳은 전국자사고인 북일고로 일반선택과목 23개, 진로선택과목 67개, 융합선택과목 총 127개가 개설됐다. 상산고는 121개로 일반 23개, 진로 57개, 융합 27개가 개설됐다. 서울에서 학생수가 많은 10개교가 평균 100.8개 과목을 개설한 것과 비교하면 학생수가 100명 가까이 적은데도 불구하고 더 많은 과목이 개설된 것이다.
<교과이수현황 반영, 정성평가 확대.. 자사고 ‘강점’ 부각되나>
고교학점제 체제가 본격 반영되는 2028대입에서도 자사고가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028대입은 고교학점제의 핵심 취지를 반영해 학생이 ‘어떤 과목을 어떻게 이수했는지’를 주요 평가 기준으로 삼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 대학들은 권장 과목이나 계열 적합 과목의 이수 여부뿐만 아니라, 과목 선택의 일관성, 학업의 깊이와 성취 과정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할 계획이다. 단순히 높은 성적을 받은 학생보다, 자신의 진로와 관심에 따라 교육과정을 스스로 설계하고 충실히 이수한 학생을 선발하겠다는 것이다.
대학에서 '교과이수 권장과목'을 제시하는 것 또한 같은 맥락이다. 대학이 각 전공을 수학하기 위해서 고교 과정에서 필요하다고 판단하는 과목을 제시한 것으로 이수여부가 평가에 직접적으로 반영되기도 한다. 대표적으로 서울대는 수시 서류평가는 물론, 정시 교과평가에서도 정성적으로 평가한다고 밝혔고, 고대는 서류 정성평가 시 ‘교과이수 충실도’ 측면에서 권장과목 이수 여부를 확인한다. 경희대는 올해 ‘2028 자연계열 학문분야 고교 교과 이수 권장과목 안내’를 통해 수시 대입전형 평가에서 핵심과목 미이수 시 감점, 권장과목 이수 시 가점을 활용하겠다고 발표했다.
즉 과목 선택이 평가의 출발점이 되는 구조인 만큼 다양한 선택형 교육과정에 이미 방점을 찍고 체제를 완성시킨 자사고가 자연스럽게 강점을 지닐 수밖에 없다. 과목 개설 수가 많을수록 학생은 진로와 관심사에 맞춰 과목을 설계하고, 대학이 권장하는 핵심 과목을 이수하기 수월해진다. 특히나 자사고는 대체로 특정 과목에 대한 수요가 확보되기 쉬운 구조이고 수강 희망 인원이 적은 과목도 개설하는 분위기다. ‘공동교육과정’에 의존해야 하는 일반고보다현실적인 과목 선택의 자유도를 높여주며, 대학의 평가 기준에도 부합할 수 있는 기반이 된다는 것이다.
학생부의 정성평가 확대 흐름 역시 자사고에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상위권 대학들은 단순한 정량 평가만으로는 고교학점제 기반 교육과정의 이수 내용을 충분히 평가하기 어렵다고 보고, 학생부 내 서술형 기록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고 있다. 내신으로 줄세우던 기존 교과전형에도 서류 평가를 도입하고 있으며, 수능100%로 평가하던 정시전형에서도 수능 성적 외에 학생부를 일정 비율 반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미 SKY(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등 최상위 학부는 정시에 모두 학생부를 반영하며, 2027학년까지 한양대 성균관대(사대) 동국대 중앙대까지 상위15개대 중에서만 7개교 늘어난다. 고교학점제가 원년을 맞는 2028학년에는 더욱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그동안 자사고의 단점으로 지적돼온 ‘내신 경쟁의 치열함’ 역시 완화할 수 있다. 2028대입에서는 고교학점제의 취지를 고려해 내신이 5등급제로 완화된다. 내신의 변별력이 낮아지면서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줄어든다는 얘기다. 대신 과목 이수 과정과 학생부의 질적 내용이 더욱 중요해질 전망이다. 과거에는 동일한 학업 성취를 보이더라도 높은 경쟁률로 인해 낮은 내신 등급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 자사고 학생들에게 불리하게 작용했지만, 앞으로는 ‘무엇을 어떻게 공부했는가’가 핵심 평가 요소가 되면서 오히려 구조적 이점을 갖추게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고교 관계자는 “여러 모로 고교학점제와 2028대입은 자사고에게 유리한 측면이 많다. 그간 학종에서 강세를 보여왔던 자사고의 경쟁력이 이제는 교과전형과 수능전형으로까지 확장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